멘탈 관리

시험관 고차수의 고민, 포기하고 싶은 때

기다림愛 2023. 11. 11. 08:02

오늘 시험관을 하는 지인들 사이에서 
오랜만에 '포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100%라고 하긴 어렵지만
시험관 시술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30대 중후반 이후 나이대가 많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저차수에 성공할 확률은
그보다 젊은 나이 여성들에 비해 낮고
채취 자체도 쉽지 않은 때가 많다.
 
돌아보면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나를 힘들게 했던 건
주사에 대한 두려움도
부작용에 대한 불안도
시술에 대한 공포도,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에 가서
초음파와 혈액 검사를 하며
새로운 차수를 시작하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무섭고 절망스러운 건
'내 인생에 아이가 없다'
'나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
이라는 생각..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통계적으로 나타나는 
시험관 성공률은 무의미했다.
나는 늘 성공과는 다른 쪽에 속했으니까.
 
지난 4년 동안 13번의 채취를 했다.
그 중에서도 PGT(구. PGS)는 9차례나 했다.
어디 내놔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나는 시험관 고차수다.
 
포기라는 단어를 꺼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위기를 헤치며 여기까지 왔고
또 어떤 심정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이런 힘든 결정을 내렸을지..
그가 품고 있을 고민의 깊이와 무게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기에
'힘내라'는 응원도 조심스럽다.
그래서 그때는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이 공간을 빌려 풀어놔 본다.


힘들죠?
더 뒷걸음질 칠 곳이 없다고 여겨질 만큼
지금 끝없는 터널 속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이 터널이 언제 끝이 날지
또 그 끝에 원하던 행복이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에
더 외롭고 쓸쓸하고 절망스럽겠죠.
 
화나고 억울할 거예요.
포기하고 싶을 거예요.
당연해요. 
그만큼 간절하니까요.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그런데 난...사실...
괜찮은 척 의연한 척하지 않는
당신이 사랑스러워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당신의 모습에서 강함을 느낍니다.
 
아이와 함께할 언젠가도 행복하겠지만
아이가 없는 지금이 불행한 건 아니에요.
지금 이대로도 당신은 소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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