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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과거 이야기

시험관 시술 과정, 단기요법 신선이식 1차

기다림愛 2023. 10. 5. 16:13
2020년 4월 첫 시험관 Start

 
초진검사 결과를 듣고 난 뒤에도 첫 시험관에 돌입하기까지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가뜩이나 시험관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남편에게 시험관 시술은 미룰 수 있다면 가능한 한 가장 멀~찍이 밀어두고 싶은 선택지였고, 나는... 무서웠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내 배에 그것도 직접 과배란 주사를 맞는다는 건 마치 독약을 마시듯 고통스럽고, 채취를 위해 난소를 찔러댄다는 건 평생을 쫄보로 살아온 내게 상상 이상의 공포였다.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 지도 오래되지 않았으니 조만간 기적적으로 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놓지 말자는 두 사람의 암묵적 동의를 통해, 우리는 그렇게 한 계절을 기다렸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했던 기적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단기요법 + 신선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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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마라 2T   
퓨레곤 150
    메노푸어 75
     가니레버

 
드디어 시작하게 됐다. 시험관! 당시 3.76이라는 나이에 비해 아주 높은 AMH 수치를 확인했던 터라, 과배란 주사에 몸이 잘 반응하리라는 기대를 품고, 채취 전 저자극 단기요법이라는 과정을 통해 과배란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1년 뒤에는 AMH 수치가 1점대로 뚝 떨어졌다). 보통 여성의 몸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하나의 난자가 배란된다. 그러나 그 전의 과정을 보면 여성의 난소는 일정 기간 동안 여러 개의 난자를 성숙시켜 그 중 가장 뛰어난 난자 하나가 선택되고, 예비 후보였던 나머지 난자들은 중간에 사라져버린다. 과배란 요법이란 바로 이렇게 중간에 소실되는 예비 후보들까지 모두 지속적으로 키워서 여러 개의 성숙 난자를 얻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흔히들 시험관 시술을 하면 금세 폐경이 오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자연적으로 사라질 난자들을 키워서 채취하는 것뿐이니 난소에 남은 난자들의 수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 자가 주사를 했던 순간이 생각난다. 주사실 직원 분은 주사 일정을 듣는 동안 내내 얼어 있는 시험관 초짜에게 혼자 주사를 맞기 무섭다면, 언제든 주사실을 찾아오라고 했었다. 친절하고 따뜻했던 목소리가 아직도 떠오른다. 처음 며칠은 그래서 집에서 주사기가 든 보냉백을 들고, 학교 가듯 병원 주사실을 찾았다. 그런데 문제는 병원이 문을 닫는 공휴일, 결국 주말을 맞으면서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병원에서 일러준 주사 방법도 곱씹어보고 인터넷에서 먼저 같은 주사를 맞은 사람들의 후기도 찾아보고, 내 배에 주사를 놓는 일을 직접 진짜로 해내야 했다. 누군가는 남편의 손을 빌렸다고도 했는데, 같은 쫄보인 우리 남편에게 부탁하는 건 불가능이다.
 
그런데 막상 하고 보니, 어라? 생각보다 괜찮았다. 주사 바늘을 찌르기까지 망설였을 뿐 주사액이 들어가는 건 금방이었다. 퓨레곤이나 메노푸어가 다른 주사에 비해 주사 통증이 거의 없었던 덕분도 있다. 그 뒤로 자가주사는 큰 문제 없이 해내고 있다. 물론 간혹 위치를 잘못 잡아 멍이 들기도 하고 찌릿함이 오래 남는 주사도 있지만 말이다. 그 후로 13번의 채취를 반복한 입장에서 채취나 이식 등 다른 과정에 비해 자가주사는 상대적으로 할 만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몸보다 마음이 버거울 때가 많다. 자주 소통하는 고차수 동지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미디어에서 노출된 시험관에 대한 과장되거나 잘못된 이미지 때문에 미리 겁 먹을 필요는 없다.
 


멍 들지 않고 아프지 않게 자가 주사하는 방법?
 
자가주사는 보통 배꼽을 기준으로 옆, 아래로 손가락 두 마디 범위에서 놓으면 된다. 멍이 들지 않고 아프지 않게 주사를 맞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얼음팩을 배에 올렸다가 주사를 놓든가, 피부에서 빨간 부위가 아닌 하얀 부분을 공략한다든가, 주사액은 천천히 민다든가 반대로 빡!하고 빨리 민다든가 등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나는 피부에서 하얀 부분을 찾으며 주사를 하니 한결 통증이나 멍이 덜했다. 시험관의 세계에서 정답은 없다. 사람의 몸과 컨디션은 한 마디로 케바케이기 때문에, 내 몸을 상대로 시험해 보는 수밖에 없다. 
 
채취 후 결과는?
 
· 성숙난자 9개와 미성숙난자 6개 총 15개 채취되어, 미세수정으로 6개 배아 수정
· 수정된 배아는 3일배아 5개와 미분열 배아 1개로 최종 3개 배아 신선이식
· 결과: 5점대로 화유
 
성숙난자가 9개라니, 주치의 선생님이 예상했던 대로 나이에 비해 주사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난자 주변에 얼씬거리지도 않을 만큼 정자운동성이 매우매우 낮아, 수정은 자연수정이 아닌 미세수정으로 이루어졌다(추가 비용 발생). 그래도 수정이 된 게 어디냐며 만족 그 자체. 6개의 배아 중 5개는 그 후로도 3일 동안 무럭무럭 자라, 등급이 까지 좋은 배아 3개를 이식할 수 있었다. '이거 한 방에 성공하는 거 아니야?'라며 자신만만했던 그 순간의 나를 말리고 싶다. 10일 후 피검 결과 아쉽게도 첫 차수는 수치 5점대로 종료되었다. 화학적 유산, 일명 화유. 배아가 자궁 내막에 착상되었다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흘러내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은 크지 않았다. 화학적 유산 증상은 생리와 거의 동일하다. 병원에서는 검사를 하지 않고서는 유산이 진행 중인 줄도 모를 만큼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맞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40대인 내 나이를 생각하면 1차수 성공은 어려운 일이긴 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병원에서 권한 종합영양제와 엽산, 코큐텐, 비타민D를 구매해 먹었다. 운동은커녕 타고난 집순이 성향이라 외출도 잘 하는 내가 매일 밖으로 나가 걷기도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잊지 말자. 지금 안 된 것일 뿐, 아직 다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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