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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냉동이식 1차 피검 결과] 4점대 낮은 프로게스테론 수치의 기적

기다림愛 2023. 11. 29. 18:16

 

낮은 프로게스테론 수치로도 임신이 될까?

 
이식 당일 피검 결과,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4.5으로 매우 낮게 나왔었다.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기 위해 이식당일 타이유 2cc를 맞았고, 질정과 주사, 먹는 약 모두 늘었다. 눈을 뜨자마자 시작해서 잠들기 전까지 하루가 온통 약으로 빽빽했던 덕분에 오히려 잡생각이나 잔걱정이 들 틈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식은 내막만 준비되면 가능하다 하시던 교수님을 믿고 있던 터라, 하루이틀 사이에 문제 없이 호르몬이 안정을 찾으리라 생각하기도 했다. 
 
1차 피검일 채혈을 하고 진료실에 들어가 교수님을 뵀는데, 첫 마디가 임신테스트기를 하고 왔느냐는 것이었다. 차마 겁이 나서 확인을 못하고 왔다는 말에, 그렇게 평소에 근엄진지하시던 선생님도 긴장되신다고.. 2~3시간 뒤에는 피검 결과가 나올 테니 전화상으로 알려주시겠다고 했다. 담당 간호사 분도 며칠 전부터 내 생각을 했다고 혹시 임테기를 했으려나 궁금하셨다고 했다. 너무 무증상이라 임테기도 안 쓰고 왔다고 하니 증상은 상관없다고 결과 기다려 보자고.. 내 두 손을 꼭 잡아주시는데, 그 손이 얼마나 따뜻하던지.. 이번에 안 되더라도 다시 힘내서 될 때까지 해 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결과가 나오자마자 전화 주셨다는 간호사 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아.. 안 된 건가.. 생각하는 사이.. 전화기 건너편에서 임신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수치도 100을 넘겼다. 얼른 전화를 끊고 남편한테 소식을 알려주라는 목소리가 머릿속을 꽉 채우고, 나는 연신 고맙다는 말만 외치고 있었다. 4점대라고 하는 턱 없이 낮은 프로게스테론 수치로도 임신이 된 것이다. 혹시 프게 수치가 낮아 혹시 착상이 어려운 건 아닐지 고민하거나 또 밤잠을 설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역시 배아는 우리의 예상보다 강하다.
 

시험관 냉동 이식 후 생활

 
이식 후 증상은 통 없었다. 이식 1일차는 이식 전에 먹은 2알의 안정제 영향이었는지, 집에 돌아와 내내 잠만 잤다. 2일차에는 선약이 있어 새벽부터 일어나 움직였고, 4~5일 정도는 남편에게 외출금지를 당하는 바람에 집에서만 지냈다. 그렇다고 일명 눕눕을 한 건 아니고, 청소를 제외한 빨래와 요리, 재택업무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계속했다. 컨디션은 이식 전보다 더 쌩쌩하고 몸도 가벼워서, 가만히 있으면 몸이 근질근질했다.
 
그리고 이식 7일차에는 뜻밖의 감금생활(?)에 지루함을 느낀 나머지, 동네 만화카페로 탈출했다. 오랜만에 비오는 창가 자리에서 읽고 싶던 만화책을 잔뜩 쌓아놓고 일탈을 즐겼다. 쿠폰 유효기간이 다해간다는 핑계로 매콤한 맛의 치킨도 야무지게 먹었다. 8일차에는 밖에서 볼일도 보고 9일차에는 빵순이 본능을 참지 못하고, 근처 빵집에서 먹고 싶은 빵을 잔뜩 담아와서 이틀 동안 두고두고 먹었다.
 
이식 후 식단으로 특별히 착상에 좋은 음식을 일부러 챙겨먹지도 않았다. 평소에도 한식을 즐기는 편인지라 1차 피검 전까지 먹은 음식들을 보면 채소찜, 선지국, 만두국, 오징어젓갈, 깻잎장아찌 등등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 대부분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금세 튀는 경향도 있어서 쇠고기는 아예 입에 대지 않았고, 빵과 치킨도 먹고 싶을 땐 참지 않고 먹었다. 
 
이식 후 챙겨먹은 영양제는 엘레뉴1, 오메가3, 비타민D, 엽산, 핵산이 전부다. 이식 후 처방받은 약들이 많아서 이 정도 영양제만 먹기에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지금와 고백하자면 나는 총 13번의 과배란과 2번의 유산, 1번의 화유, 그리고 9번의 PGT 끝에 통과배아 1개를 이식했다. 건강한 배아는 다른 모든 조건을 뛰어넘는다고 들어왔어서인지, 그냥 뱃속에 품은 배아를 믿었다. 그리고 마음이 불안해지는 날에는 안 되면 또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겨우 1차 피검이라는 산을 넘었을 뿐,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래도 나는 믿어보려고 한다. 엄마아빠 품에 찰싹 붙어준 배아의 의지와 힘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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