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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시험관] PGT 통과배아 / 5일배양배아 / 냉동이식 2차 피검 통과

기다림愛 2023. 12. 20. 19:41

 

1차 피검 이틀 후.. 2차 피검이 있었다. 1차 피검 때처럼 먼저 채혈실에서 피를 뽑고, 2~3시간 뒤 결과가 나오면 병원에서 전화를 주기로 했다. 교수님이 만약을 대비해(?) 15일치 주사와 질정, 먹는 양을 새로 처방해주셔서, 또 바리바리 양손 가득 약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병원까지 길이 막히지 않으면 1시간.. 막히면 2시간 가까운 거리라.. 왕복 4시간 가까이를 길 위에 있다보면 병원에서 긴장했던 몸이 풀려 집에 오자마자 녹초가 되곤 한다. 피검 결과를 걱정할 새도 없이 잠시 낮잠이 들었을 무렵, 병원 간호사실 번호로 전화가 왔다. 다행히 수치는 1차 112에서 이틀 사이에 383으로.. 더블링 이상으로 잘 올라주었다. 약은 기존과 똑같이 유지하기로 했고 3차 피검 없이 2주 뒤에 첫 초음파를 보기로 했다.
 

시험관 냉동이식/ 2차 피검 후 생활 

 
역시나 쿨하신 우리 주치의 쌤.. 걱정 많은 내게 첫 초음파까지 2주라는 시간이 너무 긴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오랜 경력을 지닌 주치의 쌤이 우리 아가를 믿고 계신 만큼 나 역시 수많은 불안과 걱정을 내려놓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의외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3일의 휴가, 나폴레옹, 싱글인 서울, 겨울왕국... 보고 싶었던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했고, 어제와 같은 일상도 변함없이 뚜벅뚜벅 제때 오고 제때 가기를 반복했다. 못 다 읽고 방치했던 책을 다시 펼쳐 결말을 확인하고, 날씨 좋은 날엔 조심조심 그렇지만 신나게 걸었다. 병원에서는 이 즈음 하루 운동량은 15분 정도 걷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셔서, 집에서 왕복 30분 정도 거리만 왔다갔다 했다. 
 
여전히 임신 증상이라고 할 건 없지만, 자주 피로감을 느낀다는 게 이전과는 그나마 달라진 점이다. 아침을 먹고 난 뒤 가짜 배고픔 비슷한 것도 생겼다. 분명 넉넉하게 먹었는데도 30분도 되지 않아 또 꼬르륵~~ 처음에는 부족하게 먹었나 생각할 정도로 소리가 컸는데, 점점 무시하고 있다. 가짜 배고픔에 넘어가다 보면 임신 초기부터 몸무게가 불어나서 몸에 무리를 줄 수 있으니까. 
 

유지 중인 영양제

 
엘레뉴1, 오메가3, 비타민D, 엽산, 핵산
 

2차 피검 후 유지 중인 처방약

 
프롤루텍스(아침저녁 1대씩, 하루 2회)
듀파스톤(아침점심 식전, 자기 전 1알씩, 하루3알)
프로기노바(아침 점심 저녁 식후 하루 3알)
아스트릭스(아침 식후 하루 1알, 피검 7일 뒤 중단)
유트로게스탄 질정(매일 자기 전 2알)
 
이식 당일 프로게스테론 수치 4점대로 시작했던 터라, 당분간 프로게스테론 제재를 마구마구 몸에 보충하고 있다. 이 시기에 프로게스테론은 아기 밥이 되어준다고 한다. 인공주기로 진행되어 엄마 몸 자체에서 나오지 않는 프로게스테론을 먹는 약과 질정, 주사로 대폭 지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임신을 확인한 뒤에도 프로게스테론 수치 검사를 한다는데, 따로 물어보지도 않았고 주치의가 특별히 언질을 주시지도 않았다. 아기가 잘 버텨주고 있다는 건 몸 안으로 프로게스테론이 제대로 흡수되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을 따름이다. 
 
 사실 무덤덤한 척해도 속으로는 떨고 있다. 첫 초음파 이후 대체로 예후가 좋지 않았던 전력 때문에, 과연 2주 후에 아기집이 제대로 자라 있을지... 난황은 보일지.. 그리고 무엇보다 아기는 건강할지.. 슬픈 기억의 똬리를 틀고 있다. 트라우마의 싹이 자라려 할 때마다 싹뚝!! 잘라버리는 것이 있었으니,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시간에 맞게 챙겨야 하는 영양제와 약들이다. 여러 영양제와 약 스케줄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빡빡하다.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약 시간을 챙기다 보면 잡생각이 줄어드는 이점도 있어, 한편으로는 멘탈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아직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존재에게 엄마로서 무언가 역할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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